골목 이곳저곳에서 온천 수증기가 피어올라 온천가의 정취가 흘러넘치는 간나와 지역
무려 700여년 전인 옛 가마쿠라 시대에 승려 잇펫 쇼닌이 날뛰는 증기를 진정시켜 이 땅에 치료 효과가 있는 ‘탕치장’을 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일본 전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벳푸 시 굴지의 온천 지역입니다.
수많은 온천이 있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탕이라도 천질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흔한 간나와 온천. 수건과 목욕통을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끊이지 않습니다. 온천이 흐르는 도랑에는 고양이가 편안한 표정으로 졸고 있습니다.
이곳 간나와 온천은 그저 온천에 몸을 담가서 체온을 높이는 정도가 아닙니다. 거대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온천은 때때로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지만, 큰 축복을 가져다준 존재입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온천을 활용해, 다양하게 이용해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지고쿠 무시(지옥 찜)’입니다.
온천의 증기를 이용해 식재료를 찌는 조리법 또는 요리를 가리키는 말.
맞아요, 온천은 먹을 수도 있답니다.
‘지고쿠 무시’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임팩트, 희귀함, 그리고 건강에 좋다는 점이 화제가 되어 벳푸의 명물이 된 요리.
하지만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요리이기도 합니다.
그게 과연 뭘까?
힌트를 찾아 벳푸∙간나와로 출발.
지고쿠 무시의 조리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식재료를 솥에 넣고 뚜껑을 덮어 찝니다. 그 후 적당한 때에 식재료를 꺼내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죠. 그런데 여기에 감칠맛이 응축되어 일반적인 찜 요리와는 다른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온천의 에너지와 영양을 그대로 섭취
식재료는 무엇이든 OK. 새우, 게, 가리비, 도미, 전갱이 등의 해산물. 돼지고기∙닭고기∙쇠고기 등 육류는 물론, 심플하게 감자와 계란만 넣어도 맛이 일품입니다. 양배추와 돼지고기를 함께 찌거나 감자와 닭고기를 동시에 찌는 등 조합도 자유자재.
찐 후에도 취향껏 그대로 먹어도 되고 소금이나 간장, 폰즈 소스나 각종 소스 등을 곁들여 좋아하는 맛으로 즐겨보세요. 따로 정해진 형식은 없으며 온천 증기로 찐 것은 ‘지고쿠 무시’라고 부르는 자유로운 요리입니다.
여기서만 가능해요, 지옥에서 좋아하는 식재료로 요리하기 체험
예부터 료칸 등에서 도미찜, 계란찜 등을 ‘지고쿠 무시’라 하여 손님을 환대하는 요리로 제공되었습니다.
또한 간나와에는 ‘도지야도’라 불리는 숙소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도지’에 쓰이는 한자인 ‘탕치(湯治)’에서 알 수 있듯이 온천지에 장기 투숙하며 온천 효능을 통해 아픈 몸을 고친다는 뜻입니다. 장기 투숙객이 숙박을 하며 인근 온천에 다니기 위한 거점이 되는 곳이 ‘도지야도’입니다.
기본적으로 숙박만 하고 식사는 알아서 해결하는 스타일이죠.
이러한 도지야도에는 지고쿠 무시를 만들 수 있는 ‘솥’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지고쿠 무시를 간편하게 체험해 볼 수 있는 시설이 간나와 지역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직접 사 온 재료로 조리할 수 있는 시설, 현장에서 재료를 구입한 후 지고쿠 무시 요리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 등이 있으므로 원하시는 방식을 선택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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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쿠 무시 공방 간나와
휴일이 되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인기 지고쿠 무시 가게인 ‘지고쿠 무시 공방 간나와’에서는 어패류 및 육류, 야채, 계란 등 전통적인 재료부터 피자, 중국식 찐빵, 디저트류 등 새로운 스타일도 있습니다.
온천 수증기를 몸 전체로 쐬면서, 식재료를 넣고 빼고, 다양한 양념을 맛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됩니다.
‘시설 정보 보기’
니사이노유야도 아사히야
지고쿠 무시를 만들 수 있는 숙소 중 하나인 ‘니사이노유야도 아사히야’는 전통적인 여관을 리뉴얼한 세련된 숙소. 커다란 창문과 개방감 넘치는 내부는, 넓고 바람이 잘 통해 마음이 차분해지는 공간입니다.
조리된 지고쿠 무시 요리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내에 마련된 솥으로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간나와 부타만 혼포
지옥 가마솥으로 찐 돼지고기찐빵.
간나와를 사랑하는 지역 주부들이 운영하는 돼지고기찐빵 전문점 ‘간나와 부타만 혼포’.
간판 메뉴인 ‘지고쿠 무시 부타만’은 온천의 수증기로 돼지고기찐빵을 찐 특선 요리이며 폭신한 겉의 빵 안에 속이 꽉 차 있습니다. 한 입 베어 물면 온천의 향이 은은하게 코 안으로 퍼지고 육즙이 풍부한 고기의 감칠맛과 큼직하게 썬 야채의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지열 관광 연구소 '엔마'
다양한 감각을 깨우는 액티비티
간나와 온천의 열을 최대한 이용한 지열 체험을 할 수 있는 지열 관광 연구소 엔마. 족욕탕을 즐기며 지고쿠 무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고, 온천 염색 체험을 할 수 있어 즐길 거리가 풍부한 '지고쿠 무시' 체험 시설입니다.
모리한벳테이
온천의 힘으로 만든 ‘아름다움・먹거리・놀거리’
벳푸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모리한벳테이’.
이 시설 내에 있는 ‘온센차야’에서는 신선한 해산물을 사용한 벳푸의 명물 ‘지고쿠 무시’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수조에서 꺼낸 싱싱한 전복과 소라를 찐 지고쿠무시는 감칠맛이 더해져 일품입니다.
이외에도 반노천 족욕탕 카페와 준비 없이 가서 즐길 수 있는 아오조라 BBQ도 인기 메뉴입니다.
다양한 지옥찜은 어떠셨나요?
지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고쿠 무시를 만들어 먹는데요,
간나와 지역 주민들은 어떤 방식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활용하고 있을까요?
온천의 에너지를
생활 속에서 활용하는 선조들의 지혜.
아버지가 살았던 때만 해도 땅에 구멍을 파서 감자를 쪄서 먹었다고 해요.
히데토시
간나와에 있는 음식점 ‘모모타로’의 오너인 혼다 히데토시 씨가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간나와는 예전에 ‘간나와 지옥’이라고 불렸어요. 절벽을 파보면 슈욱 소리가 나면서 증기가 분출되기도 하고, 잠자리가 화석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던 어린 시절의 풍경이 지금도 잘 기억난다고 하는 혼다 씨. 지역 전체에 열기가 있어, 항상 온천과 함께 해온 곳인 셈이죠. 가끔 너무 강한 증기가 분출되어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또 저쪽에 난리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는 찬밥을 소쿠리에 넣고 천을 덮어서 증기에 다시 데우곤 했어. 특유의 냄새가 나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런데 얼마 전에 쌀을 지고쿠 무시 방식으로 쪄서 지은 밥을 먹었는데 맛있더라고. 그리고 증기를 고타쓰(일본 난방기구)처럼 이용한 ‘온돌’도 있었어. 온돌 바닥 밑에서 히가시야마(말린 고구마)도 만들었지.
그뿐만 아니라, 기념품으로 팔려고 ’분고 시보리’라는 수제 염색 손수건을 말릴 때 다리미 대신으로 쓰기도 했어. 천 한쪽 끝은 어머니가 잡고 내가 반대쪽을 잡고 도왔었는데.”
어린 시절의 추억을, 향수에 젖어 회상하는 혼다 씨.
‘온천을 유지하려면 일도 많고 비용도 들어서 쉽지 않아, 그래도 온전히 보존해야지’라고 말했습니다.
입욕이나 조리법으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난방, 다리미질 등 온천의 에너지를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삶의 지혜가 녹아 있는 듯합니다.
건강에 좋고 몸에도 미용에도 도움을 준다는 이미지를 가진 지고쿠 무시 요리, 실제로는 어떨까요?
지고쿠 무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무시차로’의 마에다 신이치로 씨를 찾아갔습니다.
온천의 증기로 찌는 온센 만주 등은 일본 전국의 온천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고쿠 무시’는 벳푸 시만의 독특한 요리죠.
신이치로
마에다 씨가 저온 찜에 대한 연구를 한 지 15년째. 최적의 찜을 만들 수 있는 찜솥과 뚜껑, 부속품 등의 기재들도 직접 고안했습니다. 이치로, 지로, 사부로라는 이름을 가진 3개의 찜솥이 있는데 각각 역할도 다르다고 합니다.
사가 현 출신으로 도쿄에서 산 적도 있다고 하는 마에다 씨. ‘치구어 요리’라고 하는 중화요리를 접하게 되면서 저온 찜 연구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간나와의 증기에 빠져 이곳에 가게를 열었다고 합니다.
"똑같은 지고쿠 무시 요리일지라도 천질이나 증기 배출량, 기압, 습도, 시간대 등 여러 요소들의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간나와에는 100도 이상의 증기가 나오는 곳이 많은데요. 저희의 경우 약산성으로 사람 체액에 가까워요. 간나와의 증기는 기적이에요. 몸에 좋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요.
예전에 55~95도까지 10도 간격으로 온도를 바꿔서 무를 찐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맛과 질감이 모두 달랐어요. 조건이 다르면 그만큼 결과물이 달라져요."
사람의 몸은 음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찜 조리법은 몸을 산화시키지 않아 노화 예방이 된다고 하는 마에다 씨. “지고쿠 무시 요리를 먹으면 배가 아주 불러서 만족스럽죠. 그런데 금세 소화가 돼서 배가 고파져요. 내 몸속에서부터 '정화되는’ 느낌이 들 겁니다”라며 지고쿠 무시 요리의 뛰어난 점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오감으로 즐기는 벳푸 온천
온천이라는 거대한 에너지와 함께 걸으며, 독특한 문화와 생활 습관을 만들어 온 간나와 주민들. 의식주 모든 측면에서 온천은 필수 불가결한 존재입니다.
이러한 에너지를 음식을 통해 몸 안에 전하는 ‘지고쿠 무시’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힘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벳푸에 놀러 오시면 온천에 몸을 담그고, 온천으로 요리하고, 온천을 먹으며, 온천의 에너지를 오감으로 즐겨보세요.